최고의 평점을 받는 이 B&B의 아침은 우리 기준으로는 별로다. 주인여자의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좋지만 오트밀, 팬케익, 베이컨 등의 식사가 나에게는 부실하기만 한데 현숙은 좋다네. 사스캐츠완으로 여행을 간다는 할머니 둘과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한다. 주인의 아들이 솔트스프링 섬과 인연이 있어서 small world라는 현숙의 멘트가 매우 적절하다.
9시 반에 출발, 캘거리에서 길을 잠시 헤매다가 1번 고속도로를 탄다. 캘거리에 무슨 관광거리가 있다고, 여기를 잠시라도 구경하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캘거리를 떠나면서 저멀리 서쪽으로 보이는 산들이 록키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약 100km 거리의 산이 보일 수 있을까? 그런데 100km까지는 아니더라도 50km 정도는 보일 수도 있겠다 싶게, 앞을 가리는 지형이 없다. 밴프 부근에 오니 록키의 산에 압도 당하는 느낌은 참 어쩔 수 없네. 어디서 점심이라도 먹고 루이스호수에 들어가자 했는데 점심먹을 곳이 정말 없다. 도대체 이 나라의 고속도로에서는 배를 어떻게 채우라는 것인지... 밴프를 통과하면서 캐슬산이 나타나는데 10년 전의 기억과 달라 좀 곤혹스럽다.
루이스 호수 주차장이 가득 차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셔틀을 운행한다는데 현숙의 주장대로 그냥 주차장까지 가보기로 한다. 마침 자리가 나서 차를 잘 세웠다. 우선 기념사진을 찍고 배채울 곳을 찾아보니 호텔 식당밖에 없네. 팁까지 2인분에 55달러나 하는 비싼 햄버거를 먹는다. 비싼만큼 맛은 좋지만 너무 기름진 음식이라 다시 먹고 싶지는 않다. 최고의 장소에 자리잡은 호텔 the Fairmont Chateau Lake Louise답게 식당에서 보는 호수와 빙하의 장관은 정말 아름답다. 곳곳에 호텔 투숙객에게만 허용된다는 표지판이 있다. 그래서 식당의 테라스도 투숙객만 앉을 수 있다는 차별은 당연한 거다.
아그네스 호숫가에 있는 티하우스까지 트레킹을 시작한다. 우선 3.4km 거리의 짧은 코스. 오르는 길에 전망도 없고 해서 열심히 오르다 보니 1시간만에 올라버린다. 아그네스 호수 바로 아래의 미러 호수는 말만 미러다. 요세미티의 미러 호수가 진짜 미러였지. 티하우스에서 커피나 한잔 할까 했는데 티하우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피는 없고 차만 팔아서, 사진만 찍고 내려오기로 한다.
그런데 현숙의 욕심 또는 등등으로 하산길은 빙하가 있는 길로 돌아오기로 하니 트레킹 거리가 10km로 늘어난다. 내려오면서 본 루이스 호수의 원래 색깔은 여늬 빙하호와 마찬가지로 벽옥색이라는 것도 확인한다.
빙하(라기보다는 얼음이 아직 녹지 않은) 길까지는 괜찮았는데 호텔까지 4km 평지길은 몹시 힘들다. 6월 중순에 얼음 또는 눈길(빙하라 치자)을 걸은 것이 록키의 콜롬비아 빙하에 가려고 했던, 바뀌어버린 당초 계획을 조금이나마 충족시킨 것 같다.
중간에 호수 상류의 뻘바닥에 내려서 전망을 좀더 즐길 수 있었던 건 참 좋았다. 결혼한 지 3주 되었다는 젊은 부부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못 하고,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게 몹시 아쉽다. 언제쯤이면 나도 나이에 걸맞는 어른이 될까?
매우 힘들어서 빨리 모텔에서 쉬려고 열심히 달렸는데 골든 10여km를 앞두고 길이 막혔다. 50여분 걸려 겨우 통과했는데 산사태 흔적 외에는 다른 게 없네. 골든에 들어와 길을 찾느라 잠시 차를 세우고 있으니 어떤 젊은 친구가 친절하게 시내까지 안내해 준다. 고맙고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담배를 한 갑 줬는데, 한 갑 더주지 못한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왜 이리 인색하고 옹졸할까?
일찍 올 수도 있었는데 길도 막히고 해서 또 도착이 늦다. 식당도 문을 다 닫아 밥먹을 곳이 없네. 동네를 몇 바퀴 돌아 세븐일레븐에서 겨우 약간의 음식을 구하고, 주류판매소에서 맥주도 2캔 사서 늦은 저녁을 겨우 때운다. 이 나라에서는 저녁에 조금만 늦으면 끼니 때우기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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