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와서 처음으로 빵과 수프로 아침. 수프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큰일이다. 오늘도 느긋하게, 그래도 어제보다는 이른 12시 50분 경에 출발.
넵스키 대로를 따라 슬슬 걷는데 갑자기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 나타난다. 이 동네 흔한 카잔 성당이다. 왜 카잔 성당이 곳곳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규모는 대단하다. 무료 입장이라 내부 구경을 해주기로 한다. 내부에도 기둥들이 엄청나네.
밖으로 나오니 저멀리 피의 성당이 보인다. 중앙 양파는 수리 중이다. 도자기 가게(Imperial Russia)에 가서 예쁘게 잘 만들어진 찻잔 등등의 무척 비싼 가격을 확인하고 나와서 알렉산드르 2세가 암살된 장소에 세운 피의 성당(예수부활 성당). 모스크바 성바실리 성당과 비슷한 형태인데 색깔이나 양파 구성은 좀 떨어지는 느낌. 그래도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입장료는 싸서 250인데 모스크바의 원조를 보고 온 마눌님의 눈에는 차지 않아서 패스.
건너 편 요새로 가려고 트로츠키 다리 쪽으로 가다보니 러시아민속박물관이 나오네. 러시아 민속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혹시 공짜라면 봐줄까 했는데 문을 닫았다. 그 옆에는 바로 러시안 뮤제이가 있다. 건물들이 모두 참 멋지고 웅장하다. 혹시 무료라면 봐줄까 했는데 유료. 러시아 미술에 그리 관심이 없어 패스다.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예르미따시와 비교하면서 꼭 거쳐야 할 코스라는데 우리 목적은 주마간산이라 시간도 없고 다리도 아프다.
공원에서 잠시 쉬고 트로츠키 다리를 건넌다. 밤 1시 반에 이 다리를 포함한 4개의 다리가 다 들어올려져서 큰 배들이 일렬로 빠져나가는 경치가 장관이라는데 그 시간에 올 수 있을까? 다리가 어느 부분에서 갈라져 올라가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궁금하다. 어쨌거나 다리에서 보는 도시와 엄청나게 많은 유람선이 네바 강을 누비는 풍경이 참 보기 좋다.
버거킹으로 점심. 좀 다양하게 먹어보려고 시도는 했으나 실패, 모스크바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은 세트메뉴.
피터앤폴 요새는 피터 대제가 상트 페테르부르그를 건설하기 위한 초석으로 만든 장소라 그와 관련된 유적이 많다. 머리는 조그맣고 몸피는 매우 큰 그의 좌상은 손가락 부분이 반들반들 한다. 마눌님도 그 손을 잡고 인증샷.
성당 기타 등등의 건물보다는 그냥 산책하기에 좋은 요새 내부를 관통해 밖으로 나오니 네바 강에 손도 담궈볼 수 있게 물이 가깝다. 시내 운하 등에서 보이는 물은 더러웠는데 여기 물은 괜찮아 보이기는 하다. 발을 담궈야 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손만 잠깐 담그고 끝낸다. 비르졔보이 다리를 건너고 팰리스 다리도 건너서 숙소로 돌아온다. 팰리스 다리는 중간에 갈라져서 올라가는 부분이 뚜렷하게 보인다.
잠시 쉬면서 커피를 한잔 마신 건 지나친 여유였다. 그 시간에 쌍안경이나 찾았어야 했는데 결국 그 쌍안경은 한번도 제대로 써먹어 보질 못 하네. 한심이...
마린스키 극장에 가려고 6시 31분 버스를 탔는데 길이 막혀서 버스가 꼼짝하지를 않는다. 한 정거장도 가지 못 하고 내려서 극장을 향해 달리다시피 걸어서 겨우 5분전에 도착한다. 극장은 웅장할 것이란 기대를 깨고 평범한, 이 동네의 흔한 모습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극장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 한 탓도 있다.
가장 뒷좌석 800루블 짜리. 이 공연에서 가장 비싼 자리는 8,000루블이다. 잘 모르는 발레이니 가봤다는 인증샷 정도. 쌍안경은 가져가야지 했는데 찾지 못 해 망했다. 나는 괜찮은데 마눌님은 좀 불편한 듯. 차이코프스키 다음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 '레이몬드'. 3막 짜리 공연인데 1막 1시간 5분 공연 30분 휴식, 2막 35분 공연 30분 휴식, 3막 40분 공연. 끝. 쉬는 시간에 층층이 있는 카페에서 파는 술과 음식을 사는 줄이 대단하다. 참 재밌는 공연 문화. 공연이 끝나자마자 내용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발레는 특히 매우 불공평한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운동량은 엄청난데 공연 내내 앉아 있기만 하거나 꼼짝하지 않고 춤 순서를 대기해야 하는 조연들은 매우 불쌍하다는 느낌이다.
블라디보스톡은 아마추어라면 여기는 프로 냄새가 조금은 나지만, 그리 만족할 만 하지는 않다는 게 전혀 문외한인 내 느낌. 이번에는 팜플렛조차 사지 않는다.
관람을 끝내고 숙소로 천천히 걸어서 돌아오면서 성이삭 성당도 보고, 피터 대제의 기마동상이 있는 데카브리스트 광장도 찾아 내고, 그 앞 멋진 건물의 멋진 야경도 사진에 담는다.
밤 11시가 다된 시간에 찾아들어간 조지아-몽골- 식당. 블라디보스톡의 유명한 수프라 식당 음식이 여기에 다 있다. 그냥 치즈가 들어간 밀가루 빵에 달걀 노른자를 얹은 하차푸리. 조지아 만두와 맵다는 그러나 그리 맵지 않은 수프, 양갈비 샤슬릭과 맥주로 늦은 저녁을 끝내니 12시가 다 되었다.
오늘 저녁에 개막하는 세계경제인포럼 때문에 광장 경관을 망친 공사장의 샹들리에를 확인하러 갔더니 마지막 조명만 살아서 잠시 반겨주다가 12시 조금 지나니 그마저 끝난다. 이 시간에도 버스킹 팀은 열심히 관중을 모은다. 여전히 불야성이다. 도개교 관람은 포기한다. 너무 늦고 10km 정도 걸어서 피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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