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눈을 떴는데 밖이 훤하다. 해가 벌써 떴다. 급히 어제 먹은 설거지를 한다.
5박 6일 중 하루 끝났고, 26일은 출발해야 하니 없고, 그래서 온전한 날은 4일인데 출발 전날에는 장을 제대로 봐야겠지? 그러면 시간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닐 터다.
아침은 소시지 넣고 김치국 비스무리를 끓여서 맛있게 해결했다. 반찬이 없으니 밥으로만 배를 채우는 편이다. 반찬을 어떻게 해결하나 고민이다.
기아서비스는 북쪽에 있어 시내를 관통하면서 시내투어도 겸하는 셈이라 좋다. 섬 수십 개를 연결해서 만든 도시라 곳곳에 다리와 운하가 아름답다. 마침 하늘도 맑게 개어 경치를 즐기는 기분이 솔솔하다.
부품이 없단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 브레이크 패드에 특별히 정교한 규격이 필요치 않을 것이니 비슷한 크기의 바퀴가 달린 다른 차종의 놈으로 바꾸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 보다. 결국 헬싱키 합류 팀에게 패드도 사오게 하는 걸로 결론내고 더 이상 패드 때문에 속썩지 않기로 한다.
여름궁전가는 길은 돈은 좀 들어도 새로 만든 길과 다리, 가로등과 바다를 보는 멋진 전망 등이 있어서 돈을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크루즈 선도 여러 척이 떠있다. 우리도 나중에 저걸 경험은 해봐야지?
여름궁전에 도착, 유료주차장을 피해 동네 사람들이 차를 세워둔 길가에 같이 차를 세운다. 러시아 주차인심은 매우 좋은 편이다. 땅덩이가 넓은 곳은 대체로 그렇지?
입구 식당에서 러시아 전통음식인 블린을 먹으려 했는데 메뉴에서 그 음식을 찾지 못해 밥과 만두국, 그리고 감자 대구요리. 맥주도 한잔. 먹을수록 이 동네 음식에 정을 붙이기가 힘들다. 점심먹고 나니 3시다. 처음으로 팁을 50루블 줘봤는데 그 덕을 잘 본 것 같다. 팁 받은 녀석이 쫓아나오더 내 폰을 건네준다. 이걸 그냥 또 두고 나온다. 정신은 어디 간 거냐?
그런데 안경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틀림없이 그 식당에 두고 나왔는데 그 녀석도 안경을 보지 못 한 모양이다. 졸지에 까막눈이 될 뻔 했는데 마눌님이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서 거실장에서 여자 돋보기를 하나 찾아내고, 차에서도 없어진 안경을 찾을 수 있어서 까막눈 신세는 면했다. 참 큰일이다.
입장료 900루블을 할수없이 내고 궁전에 입장한다. 러시아 관광지는 내국인과 외국인 입장료가 다른 곳이 많다. 내 나라 사람을 위한 당당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그리하면 안 될까? 낯선 사람들에게 친절한 것과 외국 눈치를 보며 잘 대해주려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이겠지?
분수만 수십 개 있는 곳이라 본전생각이 간절한 곳이기는 했다. 그래서 발트해에 발도 담그고, 어떤 놈에게 우리 단체 사진을 좀 찍어달랬더니 개떡같이 찍었네. 잘 꾸며진 정원을 몇 시간 걸어다니며 사람구경과 분수구경, 주로 튤립인 꽃구경을 같이 하니 시간이 잘 간다. 아이들도 많이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참 귀엽다. 여기 아빠들은 덩치가 매우 큰데 쪼끄만 아기들과 즐겁게 노는 게 마눌님은 매우 좋아보인단다.
돌아오는 길도 좀 멀다. 우수리스크 이후 처음으로 대형마트(Lenta)에 들러 오늘 먹을 돼지오겹살과 목살, 그리고 며칠간 먹을 빵 등 식재료를 잔뜩 사서 돌아온다. 대형마트는 매우 많은데 지리에 어두운 우리가 찾기는 힘들지만, 핀란드 가기 전날은 시간이 많으니 잘 찾아지겠지. 마트에서 라이터 가스가 반가워서 하나 샀는데 막상 그 귀한 내 가스라이터가 사라졌다. 물건이 자꾸 없어진다. 방지책은 원래 있던 자리에 그냥 두거나, 확실히 챙겨 놓거나.
오겹살은 역시 맛있다. 저녁먹고 잠시 뻗었다가 상트 페테르부르그 야경관람을 나선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거리에서는 버스킹이 귀를 즐겁게 한다. 바로 옆에 예르미따시가 있어서 매우 편하네. 지하철도 바로 옆인데 숙소가 시내 중심가라 보니 지하철 투어할 일이 없어 좀 아쉽다. 모레 약간 한가하니 그 때 지하철 투어나 해볼까?
예르미따시 앞 광장은 엄청나게 넓어서 붉은 광장 두어 배는 되어보이는데 사진을 다시 보니 그 정도는 아니구만. 여기는 조명이 좀 약한 편이네. 여기에도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하나 한밤의 콘서트를 열고 있다. 젊은 청춘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부르고 춤추며 즐기는 모습이 매우 부럽긴 하지만 어차피 나는 그런 흥이 없는 싱거운 사람이니 그냥 구경만 한다.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
간단한 야경투어를 즐기고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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