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27(5월 26일) 상뜨 뻬떼르부르그 - 헬싱키 426km

나쁜카카오 2018. 11. 7. 10:53

남은 밥과 김치에 소시지를 넣어 국밥 아침. 별걸 다 해먹는다. 짐을 잘 챙겨서 출발은 10시 30분. 5일 동안 잘 쉰다 했는데 실은 하루에 만 오천보씩 걷는 중노동이었지. 지나친 강행군이었나? 어제는 정말 힘들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힘들게 다니지 말자고 굳게 다짐을 하지만 역시 두고봐야겠지.

마트에 들러 맥주와 쌀, 세제 기타 핸드크림 등등을 산다. 앞으로는 비싼 동네에서 살아야 하는데 러시아에서 사서 차에 실을 수 있는 양이 제한되니 쌀 18kg, 맥주 1.5리터 페트 18병, 소시지 등등. 기름을 1,500루블 어치 넣고 마침 보이는 숯도 하나 챙긴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길은 정말 좋다. 통행료는 결국 100루블. 이 놈의 나라가 내륙 도로는 개판으로 내팽개치더니 유럽으로 나가는 길은 좋다 하며 불평을 한다. 비브로그를 향해 잘 가는데 구글이 갑자기 길을 바꾼다. 열심히 따라가니 어라? 길을 막아버렸네. 공사하느라 길을 막으면 막았다고 안내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러시아를 보면 정말 러시아가 지겨워진다. 구글도 그렇지, 도로의 정체 때문에 다른 길을 알려주는 건 착한 일이지만 막혀버린 길로 안내하면 어쩌자는 거냐? 약 16km를 허비한다. 다시 고속도로에 오르니 역시 공사로 길이 막히네.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비보르그 부근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운다. 여기는 돈을 먼저 내지 않고, 기름을 넣은 후에 돈을 내는 방식이네. 많이 가득 채우라고 그러는 모양이다. 워셔액도 좀 비싸지만 하나 챙기고, 삶아나온 계란과 빵 등으로 간략한 점심.

국경 부근에 오니 경찰이 차를 세우더니 여권만 본다. 다음에는 그냥 세웠다가 보내고 드디어 세관에 도착했는데 지금부터 마음고생이 시작된다. 

유로국가 출국 줄에 서야 하는데 모르고 러시아 줄에서 한 20분 시간을 허비하곤, 유로 줄에 옮겨서 출국심사 받는데 시간이 무쟈게 걸린다. 지네 나라를 나가는데 무슨 심사가 이리도 복잡하냐? 짐을 조사하는 척만 하면서 루프탑 캐리어까지 열어보라네. 잘 잠기지 않아 완전히 잠그지 않고 키를 꽂은 채 그냥 출발했더니 나중에 일부 물건이 날아가 버리는 사고가 생겼다. 중국에서 나갈 때도 그러더니 여기도 그런다. 공산주의 독재국가의 잔재가 아직 많이 남은 탓이겠지? 한 50분 걸려 겨우 통과한다.

4월 30일에 입국해서 오늘 출국까지 26일. 한 나라에 이렇게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는데 떠나는 날까지도 러시아를 잘 모르고 떠난다. 그나마 키릴 문자를 조금은 빨리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수확이랄까?

5km 정도 지나 핀란드 세관에 도착하니 못 보던 차라고 또 시간이 한참 걸린다. 그래도 러시아보다는 짧게 걸렸다. 마지막으로 세관원의 도움으로 보험까지 해결하고 세관을 빠져나온 시간이 6시 6분. 국경 통과에 딱 1시간 50분 걸렸다. 유심도 갈아끼운다. 헬싱키에서 1시간을 버나 기대했는데, 탈린까지 시간은 똑같다. 괜히 손해본 것 같다. 스웨덴이나 가야 한 시간 늘어난다.

핀란드로 들어오니 선입견 탓인지 매우 풍성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고속도로가 매우 좋고 매우 자주 있는 휴게소도 좋다. 게다가 통행료도 받지 않는다. 핀란드가 매우 잘 사는 나라인가?


쓰리유심 쓰는 방법을 몰라 인터넷이 안 되는 줄 알고는 맵스미의 도움으로 숙소를 그리 많이 헤매지 않고 찾는다. 숙소 주인이 집에서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키만 두고는 나타나질 않는다. 

자기네가 평소에 사는 집을 살고 있는 그대로 통째로 두고 사람만 없어 모든 가구나 잡동사니가 그대로 있으니 좀 불편하고 지저분한 느낌이다. 현숙은 상트 페테르부르그 숙소가 훨씬 낫단다. 계단이 불편해서 나만 힘들었지, 다른 건 좋았다. 나중에 그래도 별 4개만 준다. 인터넷이 약하고 냄비 등 부엌가구가 없어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니 와이파이는 고물 폰으로 연결하라는데 충전이 되지 않아 고생이 많다.

마트에 가니 하나는 9시에 문을 닫았는데, 마침 옆에 24시간 마트가 있어서 소고기와 상추를 사온다. 부위는 모르겠는데 700g에 우리 돈 2만원 꼴이니 이 동네 물가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어쩌면 안심이 아닐까 싶은데 맛은 좋네. 밥하고 고기구워 11시 반에 저녁이 끝난다. 11시 반 하늘이 훤해서 이제 백야나라에 온 것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