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26 상뜨 뻬떼르부르그

나쁜카카오 2018. 11. 7. 10:17

이제 내일이면 러시아를 떠난다. 처음에는 좀 설레었지만  끝없는 평원에 질리기도 했고, 모스크바나 상트 페테르부르그와 카잔, 그외 중간의 여러 도시들을 어쨌든 나름 알차고 재밌게 즐기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한번에 다 할 수는 없고 남겨둬야 다음에 또 오게 되겠지만, 시베리아 횡단을 다시 해보고 싶지는 않은 게 솔직한 심경이다. 몰라 누군가 같이 운전할 사람이 있다면 어떨지??? 상트 페테르부르그를 다음에 비행기 세계일주 때 다시 오게 될까?

아침에 일어나서 그동안 밀린 빨래부터. 드럼세탁기 5kg짜리가 너무 작아서 많지 않은 우리 빨래를 두 번에 나눠서 해야 할 정도라니...

아침에 닭을 삶고 생선을 굽는다. 따로 먹을 날짜가 나오지 않아서 할 수 없다. 현숙은 미진했던 인상파전을 보러가고 나는 1시간도 넘게 모자란 잠을 보충한다. 잘 잤다. 양배추을 삶아 놓고나니 현숙이 돌아오네. 2시간 정도 걸렸으니 충분히 봤겠지? 오늘은 햇빛의 반사가 덜할 거라 예상했지만 반사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나가서 점심먹기가 매우 애매하니 점심을 먹고 나가기로 한다. 마트에 가서 상추와 후추를 사서 남은 오겹살과 목살을 구워 점심을 맛있게 해결한다. 맥주를 곁들였더니 알딸딸하다.

다시 투어를 나선 시간이 4시. 점점 늦어지네. 뭐 어때...

이삭성당까지 슬슬 걸어갔다가 표토르 대제의 청동기마상이 있는 데카브리스트 광장을 찍는데 몹시 피곤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했는제 그게 아닌가 보다.




딱히 갈 곳이 없네. 버스투어를 해보기로 하고 아무 버스나 타고 종점 부근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 지하철을 타보자는 생각은 들지 않네. 넵스키 대로를 따라 가는 5번 버스를 집어타고 가면서 한참을 졸다가 내리니 다리가 하나 보인다. 볼셰오틴스키 다리. 동네 아이들이 술마시고 나서 술병이나 깨는 곳인데 현숙이 스몰리 성당을 기억해낸다.

온통 하얀 색에 파란 색의 기둥이 매우 아름다운 성당인데 탑 위에 사람이 올라가 있는 걸 발견한 내 좋은 눈이 사고를 쳐서, 내부 구경 후에 결국 계단 279개를 올라간다. 약 15층 높이지? 변두리 동네라 조망할 게 거의 없고 이삭성당 등만 아스라이 보인다. 300루블을 달라지만 확인하지 않고 그냥 통에만 넣게 되어있어, 있는 지폐 달달 긁어 250루블만 낸 것조차 아깝다.


다시 5번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트롤리 버스의 전원 연결바가 전선에서 자꾸 떨어지는 걸 기사가  바로바로 연결하는 건 재밌지만 기사가 불쌍하다.

많이 걸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녹초가 되어서 숙소에서 좀 뻗는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또 빠듯해져서 10시 마감인 이삭성당 탑에 올라가기 위해 바삐 걸어야 했다. 10시에 해가 지니 야경은 볼 수도 없고 그냥 석양만 보는데 800루블은 너무 아깝다. 그래도 올라가지 않고 아쉬워하는 것보다는 낫다. 


숙소로 돌아와 가기 전에 사둔 케밥 하나와 맥주로 완전히 뻗어서 마지막으로 예르미따시 궁전 광장에도 가보고 혹시 힘이 남으면 도개교 올라가는 것도 보겠다고 생각한 건 정말 물정모르는 공염불이 되어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