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58 베르겐 - 하르당에르 - 오다 205km

나쁜카카오 2018. 11. 14. 20:32

4시 반에 잠을 깨서 테라스에 나가보니 해는 벌써 떴겠지만 맞은 편 산 위로는 아직 올라오지 않는다. 하늘이 깨끗하다. 그러다가 7시 지나서부터는 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알 수 없는 날씨. 오다 쪽은 오늘 이후 쭉 맑다니 기대해봐야지.

오늘 갈 길이 멀지는 않지만 부족한 잠과 경치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고민거리다. 뜨물을 끓여 밥을 말아보는데 맛이 나지를 않네.

10시 20분 짐을 다 싸고 출발하려는데 엄청나게 큰 똥이 자동차 앞유리에 떨어져 있다. 정말 징그러운, 베르겐 전망만 좋은 집이네. 도대체 어떤 새가 최소한 지름 50cm의 똥을 싸대는지 정말 궁금하다. 똥을 닦아내고 하느라고 시간을 한 30분 잡아먹고, 나가는 길을 찾으라고 또 한 20분 잡아먹고, 그래서 제대로 출발은 11시 20분이다. 젠장이다.

통행료 없는 길을 잡았더니 엄청 돌린다. 남쪽으로 5.4km터널을 지나 공항가는 갈림길에서 겨우 동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로터리 출구를 하나 놓쳐서 또 길이 좁다. 역시 젠장이다. 내가 왜 베르겐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흘이나 잡을 생각을 했을까? 이틀만에 나오는 게 정말 다행이다.

터널 몇 개를 지나고 졸음이 쏟아져 핸들을 넘기고 푹 잔다. 깨보니 이미 경관도로라는 7번으로 접어들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해졌고 건너편에 폭포 하나가 있다. 워낙 폭포가 흔해서 마눌님은 차에서 내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조금 더 가니 또 폭포다. 이번 폭포는 뒤로 길을 내서 폭포를 뒤에서도 볼 수 있게 했는데 성큼성큼 가던 마눌님이 거기까지는 가지 않고 돌아오네.


페리 탑승과 하르당에르 경관도로인 7번 도로 갈림길인 노루헤임순에서 장을 보고 7번 도로를 다시 탔는데 공사라고 20여분 기다려야 한다. 바로 아래 바닷가에는 캠핑카들이 느긋하게 햇빛을 즐기고 있고 저멀리 산에는 빙하가 반짝거린다. 더 높은 산에는 눈이 다 녹았는데 이 빙하는 낮으면서도 녹지 않는 빙하를 보여준다. 신통한 지형과 기후다.

노르웨이 두 번째 도시 베르겐과 수도 오슬로를 이으면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인 트롤퉁가 입구 오다로 가는 길이 매우 좁아 길을 넓히는 공사장을 지나 피요르드 골짜기를 따라 꼬불길을 한참 가니 긴 터널 두 개가 하르당에르 다리에 바로 데려다 줘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줄어든다. 오다로 가는 길에도 맞은 편 산에서 여러 줄기 폭포가 또 보인다. 세상의 폭포는 플리트비체에서 다 봤다고 했는데 노르웨이를 보지 못한 무식의 소치다.


길가에 체리 과수원이 널렸다. 이 추운 나라에 가끔 체리가 보여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오다 이 동네가 상대적으로 기후가 따뜻한 편이라 체리 농사가 되나보다. 그래도 여기서 노르웨이 전체의 체리 수요를 다 감당한다고 보기엔 재배면적이 작아보인다.

5시 20분 경에 오다 캠핑장에 도착해 이틀치 1,200과 5분 짜리 샤워 3개 60을 계산했는데 벌써 마땅한 자리가 없다. 겨우 자리를 잡고 시설을 둘러보니 정말 한심한 캠핑장이다. 

취사장에서 설거지를 하게 하는데 겨우 싱크대 2개. 설거지를 하려면 줄을 서야 한다. 샤워장도 남녀 공용이라 여자들이 매우 불편하게 생겼다. 그런데도 가격은 다른 캠핑장보다 배에 가깝다. 트롤퉁가에 가려면 이 캠핑장에 묵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철저하게 악용하는 이 나쁘고 괘씸한 노르웨이. 다른 곳에서는 무수히 널린 게 캠핑장인데, 여기는 왜 다른 캠핑장을 만들지 않는 것이냐? 트롤퉁가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일단 다짐부터 해본다.


처음으로 텐트 앞에서 버너에 고기를 굽고 취사장에서 해온 밥으로 저녁을 먹는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 트롤퉁가 상부 주차장을 미리 확보해야 하니 김밥도 싸두고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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