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60 오다 - 오슬로 369km

나쁜카카오 2018. 11. 15. 10:14

5시 반에 일어나니 하늘이 맑고 이슬도 내리지 않아 텐트 걷기에 매우 좋다. 스프로 아침을 때우고 10시 출발.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물줄기성 폭포들을 보며 그냥 감탄만 하고 지나가는데 이번에는 진짜가 나타난다. Late(로떼) 폭포. 사진으로 볼 때도 대단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더욱 대단하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두 줄기 엄청난 폭포가 바로 길 앞으로 떨어지는 광경에 그저 카메라만 들이댈 뿐이다. 아침햇살이 역광이라 사진으로는 그림이 뚜렷하지 않아 좀 아쉽지만,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담을 수는 항상 없었다.


폭포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간다. 졸려서 핸들을 넘기고 한참을 자다가 점심 샌드위치를 먹고 핸들을 넘겨 받는다. 길은 지루하다. 그래서 잠도 다시 오기도 하거니와 괘씸한 아이에게 그래도 풍경을 즐길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약해빠진 마음이 생겨서 드람멘 지나 오슬로 입구까지 핸들을 넘긴다.

오슬로 부근에서는 4차선 고속도로도 나오고 제한속도도 처음으로 100이 나온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은 다음 핸들을 다시 넘겨받는다. 

오슬로는 항구다. 이렇게 요트가 많은 항구는 처음이다. 처음에 보이는 조그만 마리나를 보고는 요트가 좀 적다 했는데, 왠걸 차가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요트 돛이 아예 숲을 이뤘다. 오슬로 인구가 50만이 좀 넘으니 어쩌면 1가구 1요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네. 즐기며 사는 여유있는 사람들. 매우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느낌을 주는 노르웨이 사람들이지만 나름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안에서는 서로 매우 친밀하게 지내겠지.

오슬로 시내로 들어오니 역시 한 나라의 수도답게 도시가 크다. 아무리 인구가 적은 나라라도 이곳 잘사는 북유럽의 수도이니 이만한 규모는 되어야지. 매우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곳이다.


귀찮고 매너없는 인간을 속시원하게 떼내버린다. 몇년동안 잘 지내면서 가끔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상식 밖인 아이인 줄은 이제서야 알게 되네. 역시 사람은 같이 여행을 해봐야 한다. 앞으로는 만날 일이 없다.

우리 숙소인 톤호텔 스텍트룸은 잘 찾았는데 주차장이 없는 호텔이네. 자체 주차장이 없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찾기 힘들 줄은 몰랐다. 더욱이 시내 주차장은 거의 모두 내 차의 루프 캐리어가 통과할 수 없는 높이 2.1m라 할수없이 또 캐리어를 떼낸다. 로비에는 보관이 안 된다 해서 방으로 끌고 들어왔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잘한 일이네. 주차하느라고 1시간 정도 헤맸더니 진이 빠진다. 나중에 방에서 캐리어의 2달 묵은 때를 잘 벗길 수 있어서 좋았다.

노르웨이에 무수히 있는 Thon호텔 계열의 Spectrum. 인근에 같은 계열 호텔이 2개나 더 있는데 겉보기와 달리 규모가 상당하다. 내부 시설이야 그저 그렇지만 슬리퍼도 없는 등 서비스는 별로다. 이 비싼 오슬로에서는 그냥 이런가 보다 하고 지내야 한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우선 간단하게 오페라 하우스부터 해치우기로 한다. 호텔이 시내 한복판에 있으니 여기저기 걸어다니기는 편한데, 그만큼 힘은 더 들겠지. 중앙역을 지나면 오페라 하우스는 금방이다. 바닷가에 넓은 터에 자리를 잡고 지붕으로 걸어올라가 지붕에서 햇빛을 즐길 수 있게 만든 발상이 매우 신선하고 부럽다. 바로 앞에는 언뜻 보기엔 배같은 유리 조형물도 있어서 눈요기 거리를 만든다. 사람들이 매우 편하게 가까이 할 수 있게 지어져서 참 좋다.

트롬쇠의 도서관 생각이 나네. 사람이 편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 건물의 권위가 아닌, 사람의 편의가 우선인 나라. 참 부럽다.







피자를 사고 축하주사러 마트에 갔더니 시간이 늦어 그나마 도수낮은 맥주마저 팔지 않는다. 할수없이 콜라로 맥주를 대신한다. 그래서 금주를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되기는 했는데 이번에도 아버지 제사가 있어 오래 가지는 못할 것.

다음 일정을 어떻게 정하나 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난다. 런던, 더블린, 에딘버러(스코틀랜드) 등을 물망에 올려 검토하다가 그중에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고 물가도 싼 폴란드 바르샤바를 다녀오기로 정했는데 날짜와 방법은 좀더 궁리해야 한다.

밤늦게 마눌님은 욕조도 없는 샤워실에서 시원하게 때를 벗긴다. 

오슬로는 덥다. TV에서는 오늘 기온을 32도까지 기록하네. 내일은 19도라니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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