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에 일어나 바로 텐트를 걷고 출발준비를 마친다. 시간이 좀 여유 있어 라면이라도 끓일 수는 있는데 그냥 출발한다.
마트에 들러 며칠간 식량을 구입하고 선착장에 가니 1시간 전인데도 벌써 대기 차량이나 승객이 많다. 입구 카운터 어리고 예쁜 여직원이 K-pop을 통해 한국말을 좀 배웠다기에 해보랬더니 매우 수줍어하는 모양이 참 예쁘다.
약 100여 대의 차량과 300개 정도의 좌석으로 2시간 30분 걸리는 배. 이 정도 시간의 배치고는 식당이나 상점의 규모는 매우 작다. 나라간 이동이 아니라 그런가? 모레 뉘네스함으로 갈 때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모자란 잠을 좀 자다가, 갑판에 나가 담배를 피우다가, 아래 위 선실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하며 시간을 때운다. 리클라이닝 의자가 편하기는 한데 심심하고 전원도 없다. 당연히 인터넷은 유료. 같은 나라를 이동하는데도 데이터 신호가 들어오지 않는, 이 소위 선진국들.
배에서 내려 스트랜드비 캠핑장에 도착하니 여기도 규모가 크긴 한데 베스테르비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샤워장이나 취사장 시설은 좋은데 전부 카드를 접촉해야 출입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좀 불편은 하다.
텐트를 치고 좀 쉬는데 텐트 앞으로 길이 나있어 먼지가 많아 지겹네. 바로 앞이 바다라 해수욕도 할 수 있겠다 싶어 나가보니 물은 얕은데 해초가 많아 물속에 들어가기가 어렵겠다. 해파리는 조그만 놈들만 몇 놈 떠다니는데 고둥이나 고기가 보이질 않는다. 혹시 고둥이 있으면 따서 저녁거리나 해볼까 했는데 아깝다. 발트해는 앞이 막혀서 바다가 조용하기는 하지만 영양이 부족한 바다가 아닌가 싶다. 핀란드에서 만난 발트해도 그랬고 탈린에서는 바다에 가보기나 했나 기억이 나질 않네.
아침은 배를 기다리며 차안에서 빵과 커피로 불쌍하게 때우고 점심은 텐트치고 난 후 맥주로 때우니 배가 고프다. 그래도 할 짓은 해야지. 한참을 쉬다가 성벽길 투어에 나선다. 아마 마눌님이 아니었으면 성벽길 투어 같은 건 귀찮아서 하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성벽 안팍이나 성벽 위를 걸으며 멋진 경치를 구경하는 기회도 갖지 못 했을 거다.
날이 많이 덥지 않아 햇살만 좀 가리면 걷기에는 좋다. 바다를 따라 가는 길에는 해수욕을 할 수 있도록 바다로 긴 보도 등이 연결되어 있고 아이들이나 몇몇 어른들이 수영장처럼 작은 작은 계단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 해수욕을 즐기는 갈 보니, 어디서든 사람이 편하도록 시설을 만드는 이 나라들이 또 부럽다.
비스뷔 성은 13세기에 지어져서 허물어진 곳이 좀 있지만 보존은 잘 되었고 성 안에는 주택이 많다. 서울을 비롯해 성이 있는 곳은 어디나 그렇지.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사람이 많다. 성벽 망루에 올라 보니 낮아서 조망은 없다. 외곽을 따라 한 바퀴 돈다. 설명서가 있는 곳마다 설명을 보며 열신히 공부하는 마눌님을 타박한 게 잘한 짓인지는 모르겠다. 이 성의 역사에는 그리 관심도 없을 뿐더러, 설명을 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그런 설명을 애써 무시하는 내 태도가 옳지는 않겠지. 젊을 때 왔더라면 공부를 좀 하긴 했을 거다. 경치는 좋네. 3시간 남짓, 7.7km. 바다쪽에 성벽이 보이지 않아 바다는 배가 지키나 했는데 그게 아니네.
유럽 최고의 해변 클럽으로 선정되었다는 재즈클럽에는 한낮인데도 젊은 청춘들의 춤사위가 현란하고 화려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거니와, 우리가 젊을 때는 이런 기회를 잘 갖지 못 했나 했는데 그건 아니네. 하지만 주로 나이트클럽 따위에서 놀았지.
텐트로 돌아와 많이 지친 몸을 좀 쉬게 한다. 저녁은 취사장에서 어제와 똑같은 메뉴. 이제 새로 가져온 열무김치도 끝났으니 어떤 반찬을 만들어먹나 좀더 고민을 많이 해야 하게 생겼다. 해가 텐트 바로 앞 방향으로 떨어지는데 노을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아 좀 아쉽다. 스플리스의 그 노을을 늘 기대하는데, 그런 노을 보기가 참 어렵긴 하지.
샤워가 매우 황당하다. 5분 짜리라는데 카드 2개를 주길래 왜 2개냐고 했더니 충분하다고 해서 받아왔다. 그런데 마눌님이 샤워를 하는데 물이 금방금방 끊어져서 카드를 여러 번 댔다네. 내가 가서 한번 대니 물이 나와서 머리에 샴푸거품을 내고 몸에 비누칠을 하려는데 물이 끊어지고는 아무리 카드를 대봐도 더 나오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경험을 해야 하다니. 수건으로 머리와 몸을 대충 닦고 나와 세면대에서 머리를 마저 감는다. 밸런스 체크에 카드를 대보니 잔고가 없네. 나중에 친구가 가서 새 카드 잔고를 확인해보니 20이 찍힌단다. 시간이 늦어 따져볼 데도 없고 해서 내일 아침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는데 몹시 괘씸하다.
한밤중이고 앉을 곳도 없는데 텐트 바로 앞에서 청춘들의 수다가 잠을 방해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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