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80 스벤보르 - 코펜하겐 - 스웨덴 말뫼 - 베스테르비크 651km

나쁜카카오 2018. 11. 23. 10:22

컵라면 2개를 끓여 밥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메뉴가 조금 바뀌었다. 먼 길을 가야 한다고 마눌님이 서둘러도 10시 20분 출발이다. 나오는 길에 마트에 잠시 들러 빈 물병 환불받아 2.5보태서 마요네즈를 하나 산다. 덴마크 마지막 날이라 덴마크 빈 물병이 이제는 필요없다. 


스벤보르에서 코펜하겐 가는 길은 일반 국도라 꼬불길이지만 산이 없는 나라는 꼬불길도 편하다. 가는 길에 보이는 건 여전한 밀밭과 소 등의 농촌 풍경.

스토레밸트 다리의 통행료는 일반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한데 차들이 매뉴얼 계산대 쪽에 줄을 많이 서서 나도 같이 붙었다가 한참을 기다린다. 통행료 받는 할매에게 카드로 결제하면서 왜 여기에 줄을  서냐니까 자기도 모른다네. 웃기네.

덴마크 6박 7일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간 건, 그만큼 덴마크가 재밌었다는 반증이겠지? 코펜하겐 4일을 뭐하고 보내나 하는 생각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기우였고 그냥 가보자 했던 올보르는 매우 정갈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건물들의 디자인이 매우 독특하고, 특히 커다란 화분에 꽃을 가득 담아 길거리를 장식하는 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안데르센을 찾아 헤맨 오덴세 역시, 많이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그 인상이 매우 예쁘다. 마지막으로 코펜하겐 니하운에 들러 마그넷도 하나 산다.


대중교통비가 매우 비싸고 다리 통행료도 턱없는 수준이지만 기름값이 북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덴마크. 자치령인 페로 제도와 그린란드를 뺀 본토 면적은 43㎢로 남한의 반 정도인데 인구는 570만 명 정도다.  살기에 매우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한번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레순 다리 통행료는 역시 듣던 대로 490DKK인데 스웨덴에서 덴마크 통화로 통행료를 받는다. 스웨덴으로 넘어와 말뫼의 Turning Torso를 보러가면서 말뫼 시내를 잠시 거치는데 도시가 전반적으로 추레하다는 느낌. 조선산업이 망하면서 도시도 망해서 그런가? 그런데 이런 느낌은 스코네 지방을 통과하면서 쭉 가지게 된다.

세계 최상위 소득수준을 자랑하는 스웨덴의 마을들이 덴마크에 비해 가난해 보이는 건 착각이겠지? 동쪽으로 오면서는 시골 마을들도 매우 부유해보여서 내가 착각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핸들을 넘기고 쉬는 동안 비가 잘 온다. 베르겐 이후 만나지 못 한 비를 어제 잠깐 맞았는데 오늘은 제대로 내려서 세차가 잘 되어 좋다. 베스테르비크까지는 내리 달린다. 스웨덴 고속도로에는 쉼터가 별로 없고, 휴게소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주로 주유소가 겸하는 형식이라 매우 불편하네. 산이 없는 풍광은 어디나 똑 같다. 복지 선진국에 와서 거의 밀밭만 보고 지나다니는 셈이다. 농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긴 하지.

베스테르비크 리조트에 속한 캠핑장은 입구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어쩌다 골프장 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엄청나게 큰 규모와 그 넓은 부지를 가득 채운 캠핑카에 깜짝 놀란다. 리셉션을 찾느라 한참을 헤매다 겨우 등록을 하고 텐트를 치는데, 하도 넓고 복잡해 사이트 찾기도 무척 어렵다. 날이 더워져서 난방을 위한 전기가 필요치 않게 된 건 다행이었다.

전원 공급 막대기에는 콘센트가 하나씩만 달려서 전원을 나눠받기도 어렵다. 돈은 많이 받는 놈들이 왜 이리 인색한지. 

비밀번호로 출입하는 시스템인데 우리처럼 어떻게든 들어오기만 하면 공짜로 텐트치고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겠다. 취사장이나 샤워시설이 잘 되어 편리하긴 하다.

패밀리 샤워룸까지 있어서 가족들이 놀기에 아주 편하네. 취사장에서 밥하고 오겹살과 양송이버섯 등을 구워서 저녁을 잘 해결했다. 가위를 어딘가에 두고 왔네.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