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78 코펜하겐 - 오덴세 - 올보르 410km

나쁜카카오 2018. 11. 23. 08:56

여전히 누룽지국 아침. 남은 오겹살을 양송이와 볶아 해치운다. 4일 동안의 널부러진 짐이 많아서 다 정리하고 10시 반에 출발. 코펜하겐이 예상보다 훨씬 예뻐서 좀 아쉽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보석을 주운 느낌.

운전을 시작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졸린다. 핸들을 넘기고는 내내 잔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편하기는 한데 심심해서 참 난감하네. 스토레밸트 다리를 지나는 통행료가 240DKK. 덴마크는 다 좋은데 이동관련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받지 않아 정말 좋은데 다리 통행료는 왜 이리 비싼 거냐? 다리 중간에 있는 섬 휴게소에 들어가 마트 구경을 좀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다리가 길기는 길다. 6.79km.


고속도로에서 10여km 떨어진 오덴세에 들어가 안데르센 생가 등을 가는 길에 해결하기로 한다. 오덴세 시내로 들어가니 동네는 역시 예쁘다. 덴마크 도시나 시골은 다 이렇게 정갈하고 예쁘게 조성되나 보다. 

유료주차장이나 공용주차장이 보이지 않으니 주차는 늘 어렵다. 생가 부근에 주차하고 생가를 찾아가는데 찾기가 좀 어렵다. 박물관에서 표를 사면 박물관, 생가 등등 관련 시설을 모두 돌아볼 수 있는데 굳이 그런 데까지 돈을 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박물관도, 생가도 그냥 외부에서만 본다. 


생가는 의외로 찾기 쉬운 곳에 있는데 이정표가 매우 션찮아 고생을 시키는구나. 조그만 집이네.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더니 그런가 보다 싶다. 관광객이 많다. 조상을 잘 만나면 후손들이 이렇게 조상을 팔아 돈을 잘 벌게 되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조상이 별로 없지?

오덴세를 떠나 다시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가민은 130을 표시하지만 길에서는 제한속도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차들이 모두 날아갈 듯이 달렸다는구만. 뒷자리에서 계속 잠에 빠진 나는 모르는 일이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왜 이리 잠이 올까?

올보르에 들어와 숙소는 쉽게 찾는다. 차량 통행이 많은 길가에 있어서 주차가 좀 고민되기는 한다. 집 외부는 허름한데 내부는 좋다. 자기네가 사는 그대로 숙소로 내놓아서 각종 집기나 생활용품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마 팔려고 내놓고 팔릴 때까지 비앤비 숙소로 내는 모양이다. 물가비싼 이 동네에서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물건들을 많이 사재어 놓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일찍 도착했으니 시내 구경이라도 가야지. 도대체 여긴 왜 왔냐고 마눌님이 물어서 그냥 왔다고 했다. 나도 그냥 덴마크 내륙이 궁금해서 와본 것뿐이니 동네가 어떤지 둘러는 봐야지. 차를 끌고 바다로 간다는 게 방향을 잘못 잡아 한참을 돈 후, 겨우 바닷가에 차를 세운다. 바로 옆 건물이 아마도 문화센터 같은데 참 멋지고 그 옆에도 대학건물 같은 게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감탄하게 한다. 바다를 보니 해파리가 무섭게 많다. 여기 해파리는 산데피요르드의 그 놈들과는 달리 좀 작은 놈들인데 무리지어 다니니 무섭다. 고기는 보이지 않고 해파리만 보이는 건, 해파리들이 고기를 다 해치운 탓일까? 산데피요르드에서는 큰 해파리들이 많이 있어도 고기 새끼무리가 엄청났었는데...


잠시 바닷가 긴 의자에 앉아 현지인 흉내를 내고 있는데 젊은 녀석이 하나 옆에 와서는 말을 건넨다. 아마 술이 좀 취한 것 같지 않나 싶은데 이 녀석도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네. 그런데 뜽금없이 울기까지 하니 좀 당혹스럽다.

새로 지은 건물들은 색다른 설계로 눈을 즐겁게 하고, 옛날 건물들은 또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 그 나름의 멋을 보여주네. 도시는 거의 비슷한 생김새인데 마눌님이 특히 이 올보르는 부자 냄새가 많이 난다네. 참 깨끗하고 조용하다. 인구 11만명이면 조용할 만도 한데 여기까지 오는 관광객은 많이 없어 더욱 그러 하겠지? 그래도 중심가에는 사람이 많다. 곳곳의 이색적인 설계들. 어떤 건물(Nord Kunst?)은 안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많이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어린이 놀이터를 설치한 건물들을 보는 건 덴마크가 처음이지? 세모꼴인 길가 어떤 집은 그 세모꼴 벽에 사람 얼굴을 가득 채워서 그냥 지나치지 못 하게 한다.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중심가인 듯한 곳에 마실을 다녀본다. 조금 전 처음 바닷가에 나갔던 곳에서 금방인데 아까는 주차가 불안해서 마음편히 다니지 못 했지. 주로 식당들이지만 오래 된 건물들이 참 예쁘다. 덴마크에 와서 건물이나 거리가 예쁘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건가? 길가 카페에서 현지인처럼 커피나 맥주를 한잔 하고는 싶으나 그놈의 가성비 때문에 그냥 구경만으로 만족한다. 그렇게 맛있지 않은 음식 또는 음료를 괜히 분위기 잡는다고 비싸게 맛볼 이유는 없지.

한 바퀴 휘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 

차량 통행이 많은 길가의 허름한 집이지만 뒤로는 넓은 뜰이 있어 지내기 편하다. 1층은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 침실은 2층인데 계단이 매우 가파르네. 오래 살기에는 좀 불편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