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는 많이 서늘해서 또 패딩을 걸친다. 오늘은 밀린 빨래나 다하고 텐트에서 푹 퍼지기로 하니 마음이 매우 편하다. 유라시아 횡단을 시작하고서 얼마만에 이렇게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을 맞는 것이냐? 생각해보니 거의 100일 만에 처음이구나. 여행이라는 건 이래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한다.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는데 할배 때문에 양이 적어졌다.
좀 퍼져 있다가 빨래를 한다. 며칠 빨래를 하지 않아서 빨래가 많고 때도 많다. 앞으로는 좀 자주 빨래를 해야겠다.
오전에 빨래를 끝내고 점심은 국수. 국수는 순서를 잘 지켜야지 바쁘지 않다. 다시물 먼저 올리고, 채소 볶는 동안 국수 끓이기.
점심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나니 4시다. 빨래는 좋은 볕에 진작 잘 말랐다.
카드는 지금 라이프찌히에 있고 내일 중으로 배송된다는데 언제 올 지는 모른다. 내일은 그러면 하루종일 DHL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면 친구가 심심할 텐데 어쩌나? 오늘도 몽블랑 정상에나 다녀와 보라니까 혼자서는 싫다네. 혼자 가는 게 아닌데... 어쨌거나 하루종일 빨래나 하고 쉬니까 정말 좋다.
브레방에 갔던 할배와 철인3종하는 소방수가 돌아오면서 고기를 사들고 왔다. 고기 양이 좀 적기는 하지만 양파와 마늘을 함께 볶아 소방수가 가져온 와인에 곁들여 잘 먹었다. 외국에 나와 오래 걷거나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해먹는 밥조차도 감격스럽다는 표현을 한다.
할배의 앞날이 좀 많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뒷바라지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TMB를 예정보다 일찍 끝내고 돌아온 울산팀(또 울산이다)이 와서는 여기 사정이 어떠냐고 묻는다. 한 5일 정도 한 곳에서 버티니 이래저래 이 동네 고참이 되어가는구나.
저녁 무렵 몽블랑 정상을 덮은 검은 구름이 천둥소리와 함께 점점 캠핑장 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저녁에 또 대단한 소나기가 올 것 같다. 샤모니 몽블랑에는 밤에만 비가 온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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