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25(9월 1일) 알혼섬 북부투어

나쁜카카오 2018. 12. 3. 12:14

엊저녁에 먹다남은 김치찌개로 국을 만들어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다. 국을 즐기지 않는 마눌님은 여전히 짠 젓갈로.

9시 45분에 차가 온다니 시간을 맞춰 기다리는데 차는 10시에나 온다. 작고 못 생긴 4륜 승합차 우와직. 드디어 이 차를 타보는구나. 앞좌석을 열어달래니 안 된다는 어린 기사녀석이 멀미가 있다고 손짓을 하니 마지못해 문을 열어준다. 가면서 다른 손님 2팀을 더 태워 아기까지 7명이 좌석도 불편한 우와직을 타고 북부 투어에 나선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는 곳을 지나 시내를 벗어나면서 첫 마을까지 길은 그럭저럭 참을 만 하다. 그래서 내 차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상상을 일단 해본다.

첫 정차장소는 사자와 악어바위라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기사가 손짓으로 몇 분이라고 알려주는 걸 메모판에 숫자를 써서 알게 된다. 물론 여기가 어떤 곳이라고 이야기도 하지 않고 해봐야 알아 듣지도 못 하지.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 마눌님이 열심히 찾아서 그 이름을 겨우 알게 된 거지. 이건 다른 곳도 마찬가지. 일단 사진을 찍어두고 나중에 보니 사자와 악어 모습 같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명승이라 할 만한 경치는 알혼섬에 없다. 알혼섬에서 빠뜨리지 못 할 것이 이 우와직을 타고 남부나 북부 투어를 하는 것이라 10대도 넘는 우와직들이 차마다 7-8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대체로 같은 곳에서 정차하니 비수기라 해도 사람들이 제법 북적거려서 관광지 흉내는 낸다. 가끔 개인차도 보이기는 한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제대로 된 비포장, 다시 말해서 길이 아니고 웅덩이가 연결된 긴 빈터가 된다. 구릉으로 이루어진 평원이 경치는 볼 만 하나 구릉인 만큼 오르내림이 심하다. 가면서 보니 저 멀리 바닷가 벌판에 어제 저녁에 본 트럭 캠퍼가 하나 서있다. 그래서 저런 트럭 캠퍼로 이곳을 누벼도 괜찮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가당키나 한 걸 생각해야지. 예전에 수용소가 있었고 지금은 카페와 기념품점, 그리고 변소가 있는 바닷가까지는 웅덩이 길도 참을 만 하다.

이곳을 지나면서 길은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이것도 길이라고 불러야 하나 싶을 정도로 바퀴 자국이 만든 깊은 골을 따라간다. 우와직이 아니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일단 생각한다. 차가 엄청나게 흔들리니 뒷좌석 남자 아기는 매우 재밌어서 꺄르륵거리네. 울지 않고 좋아해서 다행이다.


숲을 빠져나오면서 길은 조금 길 비슷해진다. 다음 코스는 삼형제 바위? 도대체 이 지구상에 3형제 바위나 삼자매 바위는 얼마나 많은 걸까? 가는 곳마다 3형제나 3자매 바위가 없는 곳이 없군.


길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꼬맹이가 꺄르륵 거리는 길. 공터가 나오고 식사준비를 하는 우와직들이 모여 있는 걸로 봐서 여기서 점심을 먹나보다. 1시간 반 정도 지난 후인 2시에 점심먹으러 오라네. 알혼섬의 가장 북쪽 끄트머리인 호보이(Khoboy) 곶. 시간을 많이 줘서 혹시 여기서 물개 또는 물범을 보나 했더니 그건 아니고, 길이 630여km 바이칼의 끝없는 수평선을 감상하는 곳이네. 차에서 내려 약 40분 가량 걸어 갔다오면 된다. 이곳에서야 바이칼의 진면목을 보는 것인데 물만 보는 건 좀 지루한 일이지. 


약 1시간 20분의 산책을 끝내고 곳곳에 변소가 산재한 점심준비 장소로 올라와 일행이 다 오기를 기다려 점심을 먹는다. 감자와 피망에 통조림 꽁치 같은 걸 넣어 끓인 멀건 국에 빵과 비스킷 정도가 점심이란다. 전에는 오물로 끓여줬다는데 이제 오물이 귀하고 비싸져서 왠만한 비용으로는 그 국을 구경할 수가 없다. 한국 아이들이 단체로 온 그 팀에서는 오물같은 생선을 손질하는 것 같긴 하다. 지나오면서 10여 대 우와직만 봤는데 여기 모인 우와직은 30대 정도가 되어 보인다. 비수기니 어쩌니 해도 사람들이 많긴 하다.


식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사랑바위인지 뭔지를 보러간다. 도대체 물범은 언제 보러가는 거냐? 알혼섬의 경치가 참 단순하기는 하다. 잠시 사진찍고는 이제 바닷가로 향하는데 생긴 모양이 도저히 물범 등이 나올 만한 곳이 아니다. 하릴없이 호수에 돌이나 던지고 있으니 또 한 팀이 와서 돌이나 던지고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몽돌 호반이라네. 그런 몽돌이 많기는 했다. 물에서 약간 바다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염분이 아주 없는 물은 아니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인가 싶다. 우와직을 배경으로 기사와 사진도 찍었다.


이게 끝이다. 물범은 언제 보러가느냐고 물어보지도 못 한다. 아깝다. 구릉을 넘고 숲길을 지나 백사장길로 들어서니 소들이 호숫가에 편안하게 놀고 있구나. 길이 없어보이는데 기사 아이는 물을 가늠해보더니 물이 넘실거리는 호안을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앞 자리에 앉은 마눌님이 보기에는 별 무리가 없어보였다는데 뒷자리에서 물만 보이는 곳에서는 약간 겁이 나기도 했다.

그 물길을 지나니 오전에 들렀던 변소 마을이 나오는구나. 이렇게 물범도 못 보고 투어가 끝나는군. 어제 예약할 때 그 처녀가 아마도 또는 거의 확실히 물범을 볼 거라 장담한 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하긴 누군가는 그 물범을 보기도 했다는데, 그러면 우리가 재수없는 편인 거다.

우와직에서 내리면서 기사에게 팁을 100루블 주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맙다는 말도 없다. 여기서는 팁을 주면 안되는 거구나. 서비스인 마지막 물길과 젊은 기사가 수고를 많이 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는 건 내 오만일 수도 있겠다. 바로 옆 마가진에 들러 저녁거리 소시지를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오늘 밤 숙박비를 계산하면서 내일 아침은 이 숙소에서 사먹자는 마눌님의 말에 따라 아침도 예약한다. 500루블.

오늘은 저녁노을을 성공해야지 하고 시간에 맞춰 호숫가로 나갔는데 오늘은 또 구름이 너무 없다. 넘어가는 해가 건너 편 구름만 물들이는군. 어제 시간을 못 맞춘 게 또 억울하다.


양파가 없어서 마늘과 소시지만 구워 보드카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우와직. 우와직이 아니고 우아즈(UAZ)다. 군용 트럭을 민수용으로 개조해 수십 년간 러시아 국민차가 되었는데 연비가 워낙 나빠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힘이 좋아 험로용으로는 최고다. 할수없이 탄다네. 러시아 자동차 산업 발전의 암덩어리라는 말도 있다.몽골에 많이 수출했는데 몽골에서는 푸르공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