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27 이르쿠츠크 관광

나쁜카카오 2018. 12. 3. 14:05

갈비탕을 끓였는데 많이 느끼해서 맛이 나지 않는다. 어떤 소이길래 이런 맛이 날까?

빨래하고 퍼져 있으니 좋네 이렇게 내일까지 퍼져 있어도 되겠다 싶은데 그럴 수는 없지. 일단 시내 구경을 한 후, 아쉬움이 남으면 1박을 더 하기로 하고 시내 구경을 나선 시간이 12시 40분. 점심을 먹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아예 못 나가는 수도 생긴다.


구글을 보니 1번 전차가 데카브리스트 박물관으로 바로 간다네. 먼지투성이 정거장에서 좀 기다리니 전차가 온다. 러시아 전차는 처음 타보는 건가? 껍데기는 낡았지만 내부는 그래도 좀 깔끔한 편이기는 하다. 여기도 전차 기사는 여자가 많다. 차비는 차내에서 걷는데 놀랍게도 15루블이다. 모스크바 110, 노비시비르스크 55인데 여기는 15라니. 미니버스는 20이고 이 동네는 오지 않는 일반버스는 25인 것 같다. 어쨌든 대중교통 요금이 이렇게 싸니 다니기는 편하겠다만, 그만큼 다닐 일이 있어야겠지? 전차 안의 지도를 보니 노선이 좀 도는 것 같기도 해서 마냥 타고가다 보니 가는 길이 이상하다. 서쪽 레닌 동상을 지나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그냥 계속 서쪽으로 가더니 지난 번 숙소 동네를 지나고, 앙가라 강의 다리도 지나고, 이르쿠츠크 기차역도 지나면서 방향을 돌릴 줄을 모른다. 급기야 어느 외곽 마을 종점까지 가네. 참 웃긴다. 말도 통하지 않으니 그냥 타고 다시 나오기로 한다. 차비를 더 받지 않을 것 같더니 다시 받기는 하네. 이렇게 전차로 예정에 없던 시내 일주를 한다. 


그 전차를 그대로 타고 나와 중앙시장역에서 내려 우선 고픈 배를 채운다. 패스트푸드 식당처럼 생긴 Giraffe. 우선 맥주 1잔에 케밥(여기서는 샤우르마라 한다)과 만두 3개를 주문하니 시간이 좀 걸린단다. 10분 정도 후에 나온 케밥은 그냥저냥 먹을 만 하다. 만두는 20분 정도 더 기다린 것 같다. 중국 샤오룽빠오 비슷하게 안에 국물이 있는 만두인데 기름이 많아 역시 느끼하고, 고기가 그나마 먹을 만 하지만 맛은 여전히 없다. 이 동네 만두는 우선 만두피가 두꺼워 내 취향이 아니다. 음식 이름을 모르니 맛있어 보이고 냄새도 맛있는 음식을 주문할 수가 없네.


식당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영화감독 조각상이 먼저 보인다. 이 동네 출신 영화감독인데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모습을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 재밌게 해뒀다. 어쨌거나 예술 감각은 러시아가 한국보다 한수위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친 김에 여행자동상도 찾아가니 금방이다. 외로운 여행자 혼자 네거리에 서서 길을 찾는 모습인데 말라빠진 게 꼭 내 모습 같다.


이제는 제정러시아 말기, 황제에 반기를 들어 시베리아로 유형온 데카브리스트들의 박물관 차례. 더럽고 먼지많은 길을 슬슬 걸어올라가는데, 초등학생인 듯한 꼬맹이들의 책가방이 너무 무거워 보여 안쓰럽다.  한참을 가니우선 Trubetskoy 기념관이 나온다. 개인기념관인 듯 해서 200루블 입장료를 아끼자 하고 나온다. 유형수의 아내인 마리아 동상을 보고 박물관을 찾아 가는데 보이질 않는다. 마침 나타난 i에 물어보니 그 기념관이 박물관이고 하나 더 있던 개인 기념관은 문을 닫았단다. 공산주의 원조 나라에서 그 공산주의가 꽃피게 만든 계기가 된 최초의 사건이 이렇게 이제는 잊혀져가는구나 싶어서 씁쓸하다. i옆에는 이르쿠츠크와 자매결연을 한 도시들 공원이 있다. 한국은 강릉이네.

다시 그 Trubetskoy 장원으로 가서 입장료를 내고 내부를 관람한다. 노파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서 여전히 짠하다. 설명을 일일이 다 읽기가 귀찮아 사진만 찍으며 작고 좁은 내부를 구경한다. 1825년 이후의 그 시기 시베리아의 생활상을 일부 엿볼 수 있으나, 그래도 귀족 출신이라 일반 농민들과는 매우 다른 환경이었을 것. 전제정치를 강화한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사면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고 이르쿠츠크에서 생을 마친 사람도 있다.


4번 전차를 타니 숙소 동네까지는 금방이다. 이렇게 가까운 걸 거의 1시간이나 시내를 돌아다니게 만들다니. 덕분에 시내 구경은 잘 했지만 시간이 아깝기는 하다. 하긴, 우리에게 가장 많은 게 지금은 시간 아닌가?

마트에 들러 쌀과 수박, 달걀을 사서 숙소로 들어온다. 저녁은 남은 갈비로 감자, 양파 등을 넣고 된장찌개를 만든다.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 그동안 가지고만 다니던 노란 버섯을 어떻게 해보려고 봉지를 열어보니 곰팡이가 피었네. 잘 말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미련없이 버리고나니 속이 후련하다.

울란우데 아파트를 2박 예약한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어도 좋은데, 그러면 남는 점심 저녁을 해결하기가 참 어려워져서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