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비가 많이 오더니 아침은 눈부시다. 좀 춥네. 누룽지국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한다.
오늘 갈 길도 멀지 않아 느긋하게 출발한다면서 10시 40분. 간밤의 비는 흔적이 없다. 다시 아무르 도로로 올라서니 길은 여전히 좋다. 가끔 나타나는 공사장이 그리 번거롭지 않네. 다니는 차도 거의 없어서 잘 달리는데 아침에 못 채운 잠이 쏟아져서 길가 쉼터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많이 낫다.
러시아 전체에서 어제와 오늘 구간이 가장 인적이 드문 구간이 아닌가 싶게 역시 마을은 100km정도에 하나쯤 나타나고 주유소나 길가 카페 역시 5-60km 정도에서 나타난다. 네르친스크 부근을 지나면서 기름을 30만 우선 채운다. 가장 비싼 49.1루블. 역시 데카브리스트와 인연이 있는 네르친스크로 들어가는 길이 포장이 잘 된 것 같다 신통하다. 좀 큰 도시로 들어가는 길은 어제 마고차 진입로와 마찬가지로 포장을 하기도 하는구나. 주민의 편의를 위해 나라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겠지.
단풍은 더욱 짙어져서 자작나무의 노란 단풍이 마치 꽃처럼 예쁜데 구름이 잔뜩 낀 하늘 때문에 색깔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Amazar란 동네 부근, 모처럼 나타난 강가에서 강과 자작나무가 잘 어울린 경치를 찍으려고 차를 돌려보기까지 했는데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 역시 색깔은 나오지 않는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무르주로 들어서는 싱안링 정상이다. 그동안 여기보다 높은 곳을 다녀서인지 해발 720부근의 이 싱안링은 그냥 언덕 정도다. 차에서 내려, 갈 때와 같이 싱안링을 기념하는데 바람이 매우 차고 눈발마저 흩날린다. 5월 6일 여기를 지날 때도 바람이 몹시 불었지. 자작나무의 새싹이 돋아나던 5월 초에 지나가서 단풍이 시작되고 눈발이 흩날리는 9월 초에 돌아오는구나. 내 긴 4개월 여행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아마 오늘쯤, 지난 번에 기름을 얻었던 그 쿠데차 마을 부근을 지날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이정표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차를 세우고 지난 궤적을 보니 그 마을은 어제 지나쳤구나. 어제 로즈아예바를 지나면서 그 부근을 잘 살폈어야 하는데 그리 급하지도 않으면서 속도를 내느라 그랬나? 마고차 가까이에서는 90에 크루즈를 맞춰서 천천히 달렸는데 왜 그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물론 그 마을에 다시 들어가서 사람들을 찾아보고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나쳐버리니 좀 아쉽다. 어쩌면 길들이 좋아져서 그냥 지나치게 되었을 것이다.
예로페이 카페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몇 개월 만에 카페에서 생선요리를 보고는 반가워서 하나 주문했는데 이건 아니올씨다네. 좋아하는 가자미도 아닌게 비린내까지 더해져서 실패한다. 아깝다. 지난 번에는 이 카페 앞에서 경찰 하나가 내 차를 괜히 불러세워서 여권만 보고는 그냥 가라고 했지. 치타를 지나면서는 길에서 경찰을 볼 수가 없다.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경찰도 나오지 않는 건가? 길이 좋아서 차들이 시속 100을 쉽게 넘어 달리는 곳이라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텐데 왜 그러지?
싱안링을 넘으니 단풍들이 사라진다. 이 고개도 높은 곳이라고 기후가 변하는구나. 기온은 여전히 찬데 그래도 이렇게 단풍으로 고개나 산맥이 있다는 표시를 낸다 싶네. 목적지 마그다가치 마을 진입로를 조금 앞두고 777모텔이 보인다. 현숙이 누군가 저 모텔이 좋다고 블로그에 올렸다고 알려준다. 지나치면서 보니 건물도 깔끔하고 차들도 많이 서있긴 하네.
드디어 마그다가치 마을 진입로에 들어서는데 들어서자마자 진흙탕 길이 차를 우리를 반긴다. 이런 길이 5km나 이어지겠어 하며 앞으로 가는데 진흙탕 웅덩이가 연이어 나온다.
마눌님의 말대로 세상에 비행장(쉬마노프스크도 그랬지)까지 있다는 마을의 진입로가 이 모양이라니 도저히 더이상 갈 수가 없다. 차를 돌려나와 혹시 다른 진입로가 있나 하고 지도를 보아도 길이 없다. 할수없이 조금 전 웃으며 지나쳤던 777로 되돌아 간다. 오늘은 여러번 차를 되돌린다.
777에 가니 흘낏 보기와는 달리 건물 2채만 달랑 있어 매우 삭막하고 먼지투성이 바람까지 불러 을시년스럽다. 와이파이는 당연히 안 되는데 데이터 신호마저 들어오지 않는 골짜기네. 방이야 깔끔한 편인데 불편한 게 너무 많다. 이런 가스티니차도 2천이나 달라네. 포기하고 좀더 멀리 가보기로 하고 길에 올라선다. 포기한 진입로를 지나 조금 가니 오른쪽으로 마을가는 길이 다시 보이는데 차들이 잘 달린다. 세상에 이렇게 포장이 잘된 길이 있네. 새로 만든 길인지 아스팔트 포장이 깨끗하네. 새로 만들어져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새 길을 시원하게 달려 드디어 마그다가치 마을로 들어선다. 구글로 숙소를 찾으니 처음에는 3km 정도이다가 가면서 거리가 자꾸 늘어 5km도 넘네. 어쨌든 찾기만 하면 되지. 마을길은 비포장 도로라 차들이 내는 먼지로 집들이 먼지를 하얗게 뒤집어쓰고 있어서 옛날 한국 시골을 연상케 한다. 우리도 저렇게 산 적이 있었지.
가스티니차를 찾으니 마치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퇴락해 보이는데 영업을 하기는 하네. 2천에 화장실이 딸린 내부는 깔끔하고 주방까지 쓸 수 있어 좋다.
저녁거리를 사러 주인여자에게 물어서 안 마트를 찾아 동네를 몇 바퀴 돌아도 찾을 수가 없다. 마을이 제법 커서 마가진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데 마트는 찾지를 못 하네. 포기하고 김치에 소시지를 볶아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한다. 주인여자가 씻어둔 쌀을 불에 올려 밥을 망칠 뻔 했다. 나름대로 우리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예뻐서 감사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일찍 도착하니 저녁도 일찍 끝나 10시 조금 지나서 잔다.
하바로프스크 아파트를 현숙 명의로 부킹닷컴에서 예약해본다. 15달러씩 들어오면 블라디보스톡 숙소를 좀 좋은 곳으로 잡기 편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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