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35 하바로프스크 관광

나쁜카카오 2018. 12. 4. 09:30

아무르 강가 건물들을 발갛게 물들이는 아침이 보기 좋다. 사태 삶은 국이 아침으로 좋아 밥을 잘 먹는다. 다른 반찬이 없기도 하고 별로 필요없기도 하다. 현숙이 느긋하게 빨래하는 동안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모자란 잠을 잠시 채운다. 하바로프스크 시내구경을 나서야지. 버스를 타나 어쩌나 하다가 차를 가지고 나가기로 한다.

우선 중앙시장. 도시가 큰 편이 아니고 주요 볼거리들은 다 몰려 있어서 시장이나 어디든 차를 세워두고 걸어다닐 예정이었는데 막상 차를 가지고 나가보니 걸어야 할 거리가 만만찮다. 게다가 지금 우리 다리들이 예전처럼 많이 걸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네.

모스크바 정도를 빼고는 러시아에서는 주차가 쉽다. 아무 곳이나 다른 차들이 주차해 있는 곳에 빈 자리를 찾아 세우면 되기에 주차료가 들지 않는다. 시장에서도 마침 빠져나가는 자리를 찾아 차를 잘 세우고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왼갖 잡동사니들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입구를 지나면 청과시장이 먼저 나온다. 서쪽에서는 시장을 거의 들리지 못 했는데 동쪽에 와서 들러본 이르쿠츠크, 울란우데 그리고 여기 시장들이 거의 비슷한 규모와 구조네.


처음 와서 서쪽으로 열심히 달릴 때는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도시에서 시장을 들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그렇게 정신없고 여유없이 다니지 않아야 할 것이다.

청과시장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수산물과 고기, 반찬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동쪽이나 서쪽이나 이 큰 나라 러시아에서 시장 음식은 거의 비슷하네. 중간 지역에 비하면 냉동생선보다 생물이 많다는 차이 정도? 염장 생선은 어디에나 있다. 

킹크랩 살만 발라서 파는데 가격이 만만찮다. 역시 킹크랩이다. 그냥 보기만 한다. 통째로 팔기도 하는데 kg에 2,000루블이니 노량진 반값이다. 가져갈 수가 없잖아. 우선 관심거리인 정육점부터. 역시 구조나 판매방식은 다른 도시들과 비슷하다. 가격비교는 잘 되지 않는군. 여기는 규모가 커서인지 현장에서 고기를 바로 발골한다. 소 잡뼈 3kg(450)와 고사리나물(300)을 산다. 정육점 아줌마는 무뚝뚝하고 고사리 처녀는 앙큼하다. 


채소를 사려는데 우리 말이 들린다. 사할린에서 살다가 결혼해서 여기 온 딸과 여기에서 산다는 할머니 채소장수다. 우리 말이 반가워서 토마토, 호박, 옥수수, 양파 등을 사고 사진도 한장 찍는다. 마지막으로 마트에 들러 수박 조각과 담배도 보태고 점심먹으러 술탄 바자르로 간다.


차를 세울 곳이 마땅찮아 한 바퀴 돌다가 교회가 있는 광장 주차장에 자리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다. 아무르 강이 보이는 곳이라 나중에 강가에도 가보기로 한다.

식당 술탄 바자르는 실내외 장식만으로도 한번쯤 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중에는 너무 어수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부가 복잡하다. 터키 풍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가본 무슬림 동네는 아직까지는 터키가 전부지? 아, 두바이도 가봤지만 이렇게 복잡한 실내장식은 구경할 시간이 없었지. 말레이지아나 인도네시아도 무슬림 국가이지만 다 껍데기만 보고 온 터다. 볶음밥과 돼지고기 샤슬릭을 주문했는데 음식맛도 괜찮다. 단지 분위기나 등등의 가격을 치뤄야 하니 좀 비싼 건 어쩔 수 없다. 공짜로 주는, 얼굴보다 큰 디저트 솜사탕은 매우 인상적이다. 점심값으로 1,100루블은 러시아에선 많이 비싼 거다. 어제 비로비잔에서는 850이었나?


식당을 나와 1.8km 거리의 레닌 광장까지 일단 걸어본다. 건물들은 역시 유럽풍으로 다른 도시들의 시가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동네가 훨씬 깔끔하고 거리도 깨끗하다는 느낌이다. 가다가 다리도 아프고 냉장고를 가동 중인 차도 걱정되어 발길을 되돌려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아무르 강가로 내려갈 수 있게 계단길이 있네. 다니기 편하도록 10개짜리 계단이 16개쯤 있는 계단길을 내려가니 강을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만들어져 있고 강물에 몸을 담글 수 있게 길도 나있다. 낮기온이 좀 오르긴 해도 아침저녁으론 매우 서늘한 시기인데, 일광욕을 즐기고 강물에서 헤엄치며 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르 강은 흑룡강이란 이름답게 바닥이 검다. 물은 깨끗한 편에 냄새도 나지 않고 발을 담궈보니 시릴 정도는 아니지만 차다. 이런 물에서 수영을 하다니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강에서 올라와 다 못 찍은 교회 사진을 찍으려고 주변에서 시간을 좀 보낸다. 공원이 잘 꾸며져 있고 책을 읽으라고 서가도 있는데 벤치 몇 개는 바닥 나무를 누군가가 다 뜯어가 버렸네. 좀 어이없다.

마지막으로 레닌광장에는 차를 가지고 간다. 여기도 레닌 동상이 관광객 용으로 하나 있는데, 비둘기 떼가 엄청나다. 무언가 먹이인 듯한 걸 든 사람이 부르면 이쪽 끝에서 그쪽까지 날아가는 모습이 징그럽다.


숙소로 돌아와 마트에서 수면제 보드카를 한 병 산다. 마침 할인하는 게 있어서 싸게 사는데 보안 녀석이 벨루가가 좋다네. 좋은 건 아는데 좀 많이 비싸지. 잡뼈를 삶을 때 솥뚜껑을 덮으니 훨씬 빨리 삶겨서 2시간 정도 삶으니 먹기 좋게 살이 분리된다. 그런데 이건 고기가 너무 많이 붙어 있어서 먹기 지겨울 정도네. 적당히 붙어 있어야 뜯어먹기도 좋고 맛도 좋은데. 밥은 없이 고기로만 배를 채운다. 보드카 약효가 좋아서 일찍 뻗었다.


하바로프스크는 그냥 지나치는 동네라고만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지난 번에도 그냥 통과만 했는데 물가도 싸고 동네가 깨끗해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블라디보스톡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또 올 일은 없겠지. 몰라, 캄차카 반도에도 한번 가야 하니 그때 들릴 수도 있겠다. 만일 오게 되면 그때는 좀 여유있게 일정을 잡아 느긋하게 즐겨볼까?하바로프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