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로 러시아를 횡단해서 북유럽(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스웨덴)과 아이슬란드(여기는 차를 가지고 가기가 복잡하므로 비행기로)를 여행하고 덤으로 에스토니아의 탈린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시작은 매우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준비하고 알아볼수록 일이 복잡해지네. 그런데 지인들이 돌로미티를 가자고 꼬드기는 통에 결국 이탈리아 돌로미티까지 갔다가 세르비아, 루마니아, 몰도바와 우크라이나를 거쳐 다시 러시아를 통해 돌아오는 대장정의 일정이 완성되었다. 아이슬란드를 뺀 예상 총거리 35,000km.
우선 가장 큰 난관은 자동차였다. 중형승합은 일시 수출입이 되지 않는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정책 때문이다.
공무원들과 싸울 시간이 없어서 우선 차를 바꾸기로 한다. 그랜드 카니발 9인승 리무진 중고차. 크기도 똑같고 모양도 똑같은 차인데 승용차라 일시수출입에 전혀 지장이 없다.
차가 준비되었으니 우선 짐을 실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앵글작업부터 한다. 캠핑카 제조업체들이 카니발로 캠핑카를 만드는 것에 난색을 나타내는 이유를 알 만하다. 차량 높이가 낮아서 앵글높이를 45cm로 했더니 앉을 공간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런 차로 캠핑카를 어떻게 만들어...
더욱이 나는 2열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기존 11인승으로 구조변경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시도를 하려는 셈이었다. 40리터 차량용 냉장고(냉장고라 하지만 사실은 쿨러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 하는)의 크기도 높이를 높일 수밖에 없는 사정에 일조한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에는 차에서 잠만이라도 잘 수 있는 공간은 나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여행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열심히 준비한다. 최소한 4개월 동안 집을 떠나려니, 집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출발 전부터 절실하게 와닿는다.
1. 차량준비물
- 영문 등록증과 ROK 표지(자동차 등록사업소에서 배부함)
- 영문 번호판(자작)
- 루프탑 캐리어(툴레 퍼시픽200. 툴레에서 왠일로 이렇게 적정한 가격을...)
- 펑크실란트와 비상용 시동배터리
- 보조배터리는 일단 포기하고 인버터(용량이 클 필요가 없으므로 300W)만.
- 유난히 까탈스러운 러시아 때문에, 앞유리와 1열 좌우 유리의 선팅제거(70% 이상을 요구하는데 국산차는 출고 시 선팅이 70%라니), 헤드라이트 램프, 야광조끼, 휴즈 등. 그리고 앞유리 가리개와 커튼, 비상용 와이퍼. 와셔액은 현지에서 필요시마다 구매 예정. 도둑들이 극성스러운 유럽에서 도난방지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옆과 뒷유리 가리개.
2. 주거용품(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네인 북유럽에서는 주로 캠핑할 예정이므로)
- 3인용 텐트와 1인용 텐트(지인들이 유럽 각지에서 합류할 예정) 각 1동씩 외 텐트 부수용품
- 작은 타프 1개
- 2인용 전기요
- 자충식 매트
- 침낭(4계절용)과 담요
- 야외용 의자
- 에어베드(해먹보다 유용할 것 같다는 아마도 착각에서)
- 휴대용 변기와 화장지
- 수건(충분한 양으로)
- 샴푸, 바디세제, 세면도구 등
3. 취사도구
- 탁자와 의자 세트(아이슬란드에 대비한 소형 탁자도 별도로 1개)
- 버너(부탄가스용에 이소가스 어댑터 준비) 2개와 바람막이
- 코펠 세트와 수저, 티스푼 등등
- 칼 세트와 칼갈이, 도마
- 물티슈, 행주, 수세미, 주방세제, 식기건조망 등 설거지 용품
- 숯불화로, 토치
4. 식량(러시아 마트에서는 한국 식품을 한국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데 너무 늦게 알아서 미리 사버렸어요...ㅠㅠ)
- 쌀과 라면, 국수 기타
- 김치와 캔김치
- 고추장, 된장, 쌈장, 초고추장, 간장, 멸치액젓(김치를 담글 수 있다면 필수품), 고추가루, 꽃소금과 맛소금, 마법의 가루, 참기름, 물엿, 깨소금, 설탕,
- 러시아 선물용(?) 초코파이
-
5. 의류
- 동계용과 춘추용 패딩자켓, 솜바지, 겨울모자, 방풍자켓, 장갑(여름에 여행을 가는데 겨울의류를 챙겨야 하네)
- 티셔츠 4계절용으로 골고루
- 바지 역시 4계절용으로 골고루
- 내의 적당량
- 양말(겨울 양말도 필요함)
-
6. 비상상황 발생
4월 29일에 배를 타서 30일에 내리면 5월 1일에 차를 찾아 바로 우수리스크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5월 1일이 러시아의 가장 큰 기념일 중의 하나인 노동절, 게다가 대체연휴까지 겹쳐서 5월 3일, 늦으면 4일에나 겨우 차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졸지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최소한 3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할수없이 민박을 급히 예약하고, 3박 4일 지낼 용품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네. 초장부터 일이 꼬인다는 느낌이지만, 나쁜 일은 일찍 겪을수록 좋은 법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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