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니 또 4시 반이다. 밤새 비가 좀 내렸나 보다. 서울은 물난리가 났다네.
해는 벌써 중천이다. 김치와 소시지에 라면 스프를 넣어 맛있게 끓인 국으로 밥을 좀 많이 먹었는데, 다른 반찬은 없이 밥만 먹어서인지 배는 빨리 고프다.
9시 6분 출발. 크렘린에서 미진했던 사진을 다시 가서 좀더 남겨볼까도 했지만 어디서나 모든 것을 다 채울 수는 없는 법. 그냥 출발해서 카잔을 벗어난다. 아침을 아무리 맛있게 많이 먹어도 점심 때가 되면 배가 고파서 배를 채워야 하는 건 참 신통하지?
서쪽으로 올수록 현대나 기아차가 많이 보인다. 동쪽에서는 거의 일제 토요타가 판을 쳤는데 서쪽에서는 국산차가 제법 많이 팔리나 보다. 그래서 모스크바에서 엔진오일을 갈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도로표지판에 영어도 등장하기 시작하네. 6월 월드컵이 코앞이니 어느 정도 준비는 하는 것 같은데 어디서 어떻게 준비하는지 통 알 수 없이 조용히 준비하는 게 러시아 식인가 보다 한다.
망한 주유소의 그늘에서 점심을 맛있게 해치운다. 어디 길옆 조용한 곳 그늘에서 탁자를 펴고 점심을 먹었으면 했는데 마땅한 장소가 도저히 없어서 할 수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먹어도 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마땅한 곳이 없다. 햇빛이 벌써 이렇게 뜨거우면 어떻게 하나?
갈림길인 니즈네노보고르드 10km 앞두고 정체가 시작되어 30분이 지나도록 꼼짝을 않는다. 구글이 정확하다. 잠시 움직이는 듯 하더니 또 정지. 그래서 공사로 정체된 구간을 빠지는 데 2시간이나 걸린다. 다리 공사 때문인데, 이 정도 공사라면 당연히 우회로를 만들어 차량이 소통되도록 해야지. 양쪽, 그리고 진입로 등에서 밀려 있는 수천 대의 차량이 낭비하는 시간과 돈은 정치적인 목적의 다리 하나에 3조를 들이는 푸틴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 20조가 넘는 엄청난 돈으로 나라의 강토를 박살낸 쥐새끼보다는 좀 나은 수준인가? 상습정체 구간답게 길가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고속도로가 아닌데도 길이 좋아서 좀 빨리 도착하나 기대를 했는데 여기저기 정체구간과 부분적인 누더기 도로 등등으로 밤11시가 다 되어서 야로슬라블 시내에 진입한다. 여기도 하얀 크렘린이 있다. 카잔은 언덕에 있어서 눈에 띄는데, 이곳은 평지라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느낌이니 위치가 참 중요하다는 마눌님의 지적이 타당하다.
입구가 좀 애매해서 어렵사리 호텔에 도착한다. 주변이 좀 음산하다는 느낌인데 호텔은 깔끔하네. 지하 주차장 200루블. 앞으로 호텔을 정할 때는 구글 로드뷰로 주변을 확인해야 하나? 컵라면에 보드카 한잔. 어쨌든 이제 밤 운전과 늦은 체크인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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